독서리뷰2012. 3. 4. 16:10
들어가면서

한 1년전에 주용이형이 "신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을 하게 된 책" (확실히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이라고 했었다. 방학이 끝나기 전 나의 신관에 대해 마지막 진전을 해보자 하고 읽었다.


대충 줄거리

아이덴이란 섬에서 신 후보생이 된 미카엘 팽송은 다른 143명의 후보생과 같이 18호 지구에서 자기 민족을 키우는 시합을 하게 된다. 시합 전, 올림피아의 신들이 18호 지구를 만드는 것을 지도한다. 18호 지구는 1호 지구 (즉 실제 지구)와 매우 흡사한 역사를 가지게 되는데 궁극적인 1위는 로마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독수리족의 라울 (미카엘의 절친)이 차지한다. 1위가 된 라울은 아이덴의 제일 높은 산으로 올라가서 절대 신을 만나러 가는데 팽송과 그의 친구들도 다른 방법을 찾아 올라가게 된다. 알고 보니 신은 우주 자체이고, 우주 밖으로 나가려고 해보니 우주는 어떤 독자가 읽고 있는 책의 한 페이지일 뿐이다.




제우스를 만나기 위하려면 스핑크스를 지나쳐야 되는데 그러려면 수수께끼의 답을 맟춰야 한다.

이것은 신보다 우월하고 악마보다 나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있고
부자에게는 이것이 부족하다
만약 사람이 이것을 먹으면 죽는다
이것은 무엇일까?

답은 "없음", 즉 "무"이다. 팽송이 제우스를 넘어 더 큰 존재를 맞기 전 그는 "무"를 체험하며 자신의 이름, 성, 그리고 다른 기억들을 천천히 잊게 된다. 하지만 "무"라고 해도 미카엘 자신은 존재하면서 계속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무"는 존재할까? 사람들은 죽으면 자기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다는 생각이 매우 불편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전생과 후생은 사람들이 자위를 하기 위해서 창조한 컨셉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전생에 대한 기억이 없다. 만약 나에게 전생이 있었더라도 내가 기억을 못한다면 존재하지 않았던것만큼 못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무"를 경험한 우리가 죽음 후의 "무"를 왜 두려워 할까? 전의 "무" 전에는 의식이 없었기 때문인가?


지옥은 인간이 스스로 만든것

하데스를 만난 팽송 일행은 믿기 힘든 사실을 발견한다. 인간은 신때문에 지옥을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고통을 받고 싶기 때문에 스스로 지옥으로 간다는 것이다. 하데스는 그 원인을 인간들의 공포와 죄의식, 그리고 마조히즘으로 설명한다. 더 나아가 마조히스트는 고통을 느끼며 현실을 더 강렬하게 느끼며, 고통받는 자신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결국 불행은 우리 자신이 만든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기독교인들에게 조심스럽게 적용해 보았다. 기독교인들이 고통을 겪으려고 하는 심리의 뿌리는 무엇일까? 그들은 예수님이 겪으신 고통에 함께 참여한다며, 우리가 지은 죄가 너무 많다며 금식, 사람들의 멸시, 심지어는 고문과 순교까지 감행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짓을 하는 것을 예수님이 원하시는지 의문이 간다.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의 죄를 사하러 오신 그분이 우리가 이러는 것을 보면 오히려 답답하지 않으실까? 결국 기독교인들이 자해를 감행하는 이유는 인간적인 이유 때문이 아닐까? 이웃의 멸시를 받으며,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며, 열악한 환경에서 선교하며 "나는 이런 고통을 겪고 참고 있으니 너희들보다 우월하다. 그리고 이렇게 희생을 했으니 하나님께서 너희 전에 나를 받아 주시겠지". 나 자신도 부끄럽다.


살짝 실망스러운 독창력

자세히 보면 [신]은 이런 저런 사상을 재미있게 엮어놓은 책이다. 직접 강림한 신을 외면하는 모습은 [카라마조프의 형제]에서 나온 것이고, "우주 그 자체가 곧 신이다"라는 생각은 아인스타인의 신념과 매우 비슷하다. 18호 지구의 성장과정을 읽을때는 그냥 역사책을 읽는 거랑 다를게 없어서 (참 조목조목 설명도 한다) 식상한 면도 있었다. 그리고 우주가 결국 책 한 페이지이고 독자인 내가 신이라는 결말은 조금 실망스럽고 불편하다고 할까?  책도 길면서 말이다.

Posted by 이머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