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2012. 2. 26. 17:37
들어가면서

실은 이번주는 저번에 읽어봤던 마광수의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를 다시 읽고 독후감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그 책의 앞표지를 읽으면서 마광수가 제일 감명 있게 읽었던 책이 버트런드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란다. 강력하고 막힘없이 자기 생각을 써내려갔던 마광수에게 감명이 된 책을 읽고 싶은 마음, 그리고 마광수의 생각의 뿌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버트런드 러셀의 책을 집어들었다. 참고로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는 책이 아니라 러셀이 강의한 내용을 받아적은 것이다.


기독교인은 무었인가?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답하기 위해서 "기독교인은 무었인가"라는 질문을 묻는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러셀은 기독교인, 즉 크리스쳔이라는 단어가 너무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에 정확히 정의하기 어렵긴 하지만, 적어도 모든 기독교인들이 "신"과 "불사"를 믿는다고 한다. 따라서 나머지 내용은 왜 그가 "신"과 "불사"를 믿지 않는지 이유를 설명한다. (또 그는 왜 예수님이 인간중에서 제일 좋고 지혜로운 사람이 아닌지를 설명한다고 하나, 나에겐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이 제일 좋고 지혜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예수님을 믿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러셀이 던져넣는 이야기 하나가 흥미롭다. 원래 영국에서는 기독교인이라는것은 지옥의 존재여부를 믿는것을 뜻했는데 어느날 영국의 추밀원 (Privy Council)이 더이상 기독교인이 되기 위해서 지옥의 존재여부를 믿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을 내렸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서 법이 되었다. 이걸 읽고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정말로 지옥은 존재할까? 끝가지 하나님을 믿기 거부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지옥으로 보낸다. 지옥이란 참 상상만 해도 끔찍한 곳이다 - 50도의 인도 날씨에 나와있어도 죽을것만 같은데 불구덩이에 영원히 살아야 된다니 말이다. 그런데 인간들을, 심지어 하나님을 믿지도 않는 인간들을 그렇게 사랑한다는 하나님이 그들이 죽고난 후에 확 바뀌어서 그들에게 끔찍한 영원한 고통을 선사한다는 말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이중적인 하나님의 모습에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내가 하나님을 믿어서 그분의 사랑을 받고 천국에 갔다고 치자 - 자신을 믿지않는 사람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주는 신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우리는 행복하게 천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천국에 가더라도 심기가 편하지 않을거 같다.


하나님은 존재하는가?

러셀이 언급하는 주장들을 살펴보자.

1. First Cause Argument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면 모든 일은 원인이 있다. 따라서 이 세상의 원인도 있어야 하고, 그 원인이 바로 하나님이라는것이 기독교인들의 주장이다. 러셀인 이에 맞서 이렇게 주장한다 - 하나님의 원인은 무엇인가? 세상에 원인이 있다면 하나님도 원인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는 오히려 세상은 원인이 없고 언제나 존재해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기선 러셀의 주장이 약해 보인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논리적인 원인의 속박에서 벗어날수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일 것이고, 그리고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다면, 이 세상은 언젠가 시작점이 있었다는 주장이 더 믿을만하다.

2. Natural-law Argument
나에겐 조금 난해한 주장이였다. 18세기의 기독교인들은 만물의 한결같은 법칙은 하나님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셀은 이런 법칙이 다 인간들의 법칙이라고 설명하고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하나님이 꼭 이 법칙의 원인이 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하나님이 아무 이유없이 세상을 만들었다면 왜 어떤것은 법칙을 따르지 않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모든 물체는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가?), 그리고 하나님이 세상을 만들 이유가 있었다면 그 이유 자체가 하나님이 따라야 되는 법칙으고, 그래서 하나님 위에 더 큰 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 Argument from Design
이건 거의 진화론 얘기임으로 패스.

4. The Moral Arguments for Deity
여기선 러셀이 칸트의 주장, 즉 신이 없이는 옳음과 그름이 없다는 주장을 반박하는데 이것도 전혀 이해를 못하겠다. 이런 저런 말장난을 하는 것 같다.

이런 철학적인 주장은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다음엔 기독교가 역사적으로 사회에 해를 끼쳤고, 기독교를 믿는 이유는 공포라고 하면서 사회적인 이유로 기독교를 비판하는데 오히려 이 주장들은 좀더 신빙성이 있다. 하지만 이 주장들이 옳다고 해도 내가 생각하기엔 기독교가 진리가 아니라고 주장할수는 없다. 역사적인 교회의 행동들과 개인의 신앙은 다른 것이고 우리가 세상과 죽음의 공포때문에 하나님과 불사를 믿기 때문에 하나님과 불사를 인간의 산물로 칭하는 것도 약한 주장이기 때문인다.


읽으면서 많이 실망을 했던 책이다. 유명한 이 책보다 오히려 러셀의 다른 책, [What I Believe]가 더 설득력있고 흥미로운 책이였다. 시간이 된다면 나중에 다시 읽어서 리뷰를 써야겠다.





Posted by 이머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