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2013. 3. 14. 19:07

 

 

영어 속담이 있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하지만 도서관을 들어가면 셀 수 없는 책들이 나좀 읽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판에 나는 처음으로 로보트 장난감을 고르는 아이처럼 무슨 책을 읽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쩔쩔매는 나에게 책 표지란 내 머리속 저울에 달리는 무게추인 것이다.


지독한 무신론자로 유명한 히친스의 마지막 책인 Mortality의 표지는 가히 아름답다고 부를 수 있는 것이였다. 완벽한 검정 바탕에 Times New Roman폰트로 박힌 "Mortality"와 "Christopher Hitchens". 잡스옹의 향기가 난다고 할까. 표지 뒤에는 죽음을 알지 못하는 나를 불쌍히 여기는지 살아있는 나를 부럽게 바라보는지 모르겠는 히친스의 서글픈 얼굴이 있다. 게다가 얇기까지 하다. 왠지 이 작은 책에 삷과 죽음에 대한 모든 지혜가 담겨 있을것만 같았다.


히친스의 장난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예상은 빗나갔다. 죽음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분석은 없었다. 단지 히친스가 암으로 죽기까지의 소감을 기록한 잡지 기사를 모아 편집한 것이였다. 물론 이것도 충분이 흥미롭긴 했지만 말이다.


오히려 히친스는 죽음에 대해 딱히 큰 관심이 없었나 보다. 보통 사람들은 사망선고를 받고 난 후 부정과 분노, 합의, 우울, 받아드림의 감정을 차례대로 느끼지만 그는 죽음이 너무나도 예상적이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것이 지루하다고 한다. 다만 허무하게 향후 10년을 계획한 것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그리고 책의 나머지는 암 투병 이야기다. 정말 이런 고통을 받으면서 생명을 유지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히친스는 암 투병을 힘들어 했다. 물리적인 고통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을 통해 표현하며 먹고 사는 그에게 생각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화학요법 치료는 치명적이였을 것이다. 심지어 그는 원래 믿었던 "whatever doesn't kill you only makes you stronger"라는 말을 외면하기까지 했다.


책의 표지만큼 아름다운게 있었다면 그건 히친스의 문체였을 것이다. 그의 영어는 영국의 아이러니와 미국의 열의가 깔끔하고 합쳐진 것이였다. 만취한 상태로 30분만에 칼럼 하나를 뚝딱 써내려간 그는 정말 글쓰기의 장인이였다. 부럽다. 그리고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는지 궁굼하다.


그래서 느낀점:
1. 히친스 자서전을 꼭 읽어봐야겠다.
2. 암은 절대로 걸리지 말자.

Posted by 이머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