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지껄2013. 1. 13. 13:11



최근에 입학사정관제도(이하 입사제)에 관한 논란이 많다.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인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입사제를 통해 대학을 입학한 학생들이 실제로 대학에서 더 좋은 성적을 보이고 그룹과제도 더 능숙하게 해낸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에 입사제가 결국에는 부모의 경제력에서 판가름이 난다는 것이다 - 입사제를 위한 단기간 캠프활동, 리더십활동 등 터무니 없이 비싼 이런 활동들은 결국 스펙을 돈으로 사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게다가 각 대학의 입사제 임원들도 전문성이 부족해 활동과 면접에 비중을 많이 두지 못하고 특목고 학생 위주로 선발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입사제에 대한 긍정정인 평가는 TV뉴스에만 나왔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입사제는 미국대학의 입학제도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미국대학은 SAT라는 시험점수만 볼뿐 아니라, 자기소개서, 방과후활동, 봉사활동, 대회수상경력 등 학생의 전체적인 모습(holistic view)을 보고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해서 학생을 선발한다. 그래서 실제로 Breaking Night라는 책의 저자 Liz Murray 처럼 길바닥에서 대학을 입학하는 감동적인 스토리도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그들의 제도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 미국의 입사제도 기득권층 학생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만들어 졌다는 비판도 있다. 반면에 다른 선진국, 즉 서유럽의 대학들은 수능과 유사한 대학시험을 통해서 학생들을 선발한다.  필자는 A-Level 이라는 영국식 수능을 치뤘는데,한국이랑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한국 수능보다 외우는 양이 적고, 객관식보다 주관식 문제가 많고, 거기에 논술형 문제가 추가된다. 역사나 문학같은 문과계열은 무조건 세네페이지의 에세이다.

 

다른나라들은 무슨 제도를 사용하든 한국처럼 입시때문에 나라가 뒤집어 지는 일은 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입사제에 대한 논란은 제도의 결점때문이라기 보다 한국이라는 환경의 문제인 것이다. 일단 입시제도에 구조적인 문제가 많다. 수능은 너무 암기위주로 구성되어있고, 입사제는 아직 새로 도입된 것이라 좋은 학생들을 식별할 수 있는 전문적인 눈이 부족하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차차 풀어가면 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한국 사회와 사람들의 인식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한국 사회에서는 대학 진학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크다. 대학 진학이 이렇게 중요하게 된 데에는 한국 사람들의 전반적인 보수적 태도의 영향이 크다. 사람들이 보수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한국에서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대부분 의대, 법대 아니면 경영대로 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 안정된 직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한국 고등학생의 80%는 대학으로 진학한다. 이유는 간단한다 - 대졸이 아니면 기업에서 안정된 직업을 구하기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대졸이라도 그런 직업을 구하기 힘들다). 왜 기업들은 대졸을 원할까? 고졸들보다는 대졸이 교육을 더 받았으니 일도 더 잘할거라는 예상을 하기 때문이다. 정말 뛰어난 고졸들은 없는 걸까?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는 학생들은 대학 입시를 위해 공부하면서 창의력과 개성을 길러주는 활동(독서, 공연, 창작)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나마 뛰어난 인재가 있을지라도 보수적인 기업들은 모험을 하기보다는 대학졸업장이라는 품질 보증장이 찍혀있는 사람들을 데려간다. 취업준비생이나 기업이나 둘다 보수적으로 나오면 악순환은 계속된다.

 

한국사람들이 이렇게 보수적으로 행동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금만 실수하면 인생을 날려버리게 된다. 한국은 사회안전망이 너무 부족하다 - 학생은 대입에서 실패하면 인정을 못받게 되면서 인생이 힘들어진다. 유럽이나 미국에선 최저임금이 높아서 알바를 주직업으로 삼아도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지만 시급 5000원도 안되는 한국에서는 그런 삶이 너무 힘들다. 사장도 보수적일수 밖에 없는게 한번 망해버리면 빛더미에 싸이면서 파산을 하게 되고 재기하기 무척 어렵게 된다. 따라서 운영이나 채용을 할때 도박을 하지 않는다. 채용을 할때 고졸이나 지방대생이 가진 잠재력을 보기보다는 SKY에서 좋은 학점을 받고 나온 "검증"된 사람을 뽑는거 더 안전한 것이다. 

 

다만 위안으로 삼을수 있는 것은 아직 한국사회의 보수적인 틀을 깨고 우리에게 희망과 도전을 주는 성공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이다 . 이런 사람들이 될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을 장려하는 사회와 뒷받침 해주는 정부정책이 있어야만 한국의 입시전쟁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해가는 사람들이 주류가 되는 세대가 우리이기를 희망해본다.  

 



 



 

Posted by 이머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