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2013. 12. 19. 19:59




영국사람들의 자서전 스타일인가? 저번의 읽은 영국 코메디언 스티븐 프라이의 자서전도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도킨스의 자서전 An Appetite for Wonder도 읽다보니 2부작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책은 1탄으로 2탄은 2년 후에나 나온다는데 사실 그때가서 찾아 읽을지는 잘 모르겠다. 1탄은 도킨스의 출생부터 그의 히트작 "이기적 유전자"의 출판까지의 과거를 담고 있는데 도킨스의 성장과정과 그의 교육환경에 대해 궁굼했던 나에겐 오히려 1탄만 읽게 된게 더 좋은것 같다.


도킨스는 1941년 영국이 아닌 케냐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대영 제국의 군인 밑 공무원으로서 아프리카로 파견됐기 때문이다. 11살까지 아프리카에서 살다가 가족 전체가 영국으로 이사했고 도킨스는 영국 엘리트들이 전형적으로 밟는다는 Prep school - Public school 초중고 과정을 받고 옥스포드 대학 생화학과를 지원했지만 입학 담당 교수의 추천에 따라 동물학과로 진학하게 됐다. 어릴 적부터 인생에 의미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는 도킨스는 동물학에서 생물학과 철학이 통합될 수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동물학과로 들어가게 된게 다행이였다고 밝힌다.


재미있는 것은 매우 공격적인 무신론자라고 알려진 도킨스가 어릴 적에는 견진 성사까지 받은 성공회교도였다는 것이다. 물론 믿음이 깊지는 않았고 그 당시 영국의 기독교적인 환경의 산물이였기도 하지만 도킨스가 자긴 나름 기독교에 대해 알건 안다는 생각을 주기엔 충분한 경험이였다고 생각이 되기도 한다. 사실 자서전에서 나름 바라고 있던 것은 청소년 시기에 왜 교회를 떠났는 설명하는 것이였는데 그의 강력한 신념 치고는 그 이유의 힘이 다소 미흡하다고 느껴졌다. 세계의 종교가 서로를 반박한다면 다 맞을리는 없는데 굳이 자신이 태어난 환경이 주는 종교를 왜 믿어야 하는가라는 설명이다.


도킨스에게 정말 부러웠던 것은 그가 옥스포드에서 받은 교육이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옥스포드와 케임브리지에는 "튜토리얼"이라는 것이 있다. 학생 한두명이 대학원생 한명과 같이 일주일 동안 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도킨스의 말로는 그 한 주동안만은 "그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논문을 읽고 토론하고 연구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주는 다시 새롭게 다른 과제를 가지고 연구하는 것이다. 학점에 연연하지 않게 되고 비판적 사고를 훈련하는 이 시스템이 영국이 배출해낸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의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가 생각한다.


생물학 외에도 도킨스는 여러 재능이 있었나보다. 책에서 자주 언급되듯이 그는 시와 음악을 좋아하고, 컴퓨터 언어를 새로 만들었을 정도로 프로그래밍에도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다만 그가 잘난 건 알겠고 말로는 자신의 능력이 그저 그렇다며 자신을 낮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히 자신의 실력에 대해 길게 얘기하는 것이 불편한 이유는 왜일까. 특히 자기가 글을 잘쓴다는 얘기(영국 특유의 애매모호한 표현으로)는 거듭 반복해서 강조한다. 물론 그가 대놓고 자랑한다고 해도 정당하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역시나 위인의 완성은 겸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Posted by 이머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