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2013. 5. 10. 09:24



최근 성석제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그의 유쾌하고 엉뚱한 글에 매혹됐다. 하지만 우리 아빠만큼 나이를 먹은 사람이라 그런지 자주 시골을 배경으로 사용했는데 계속 시골 사람만 나오다 보니 좀 질린 맛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으로 새로운 소설가를 찾아 나섰다. 성석제의 위트와 20대의 젊음을 겸비한 소설가를 어떻게 찾을까, 하고 생각한게 신춘문예 희곡 부분에서 수상한 작가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였다. 이러면서 나름 신기하며 동시에 실망스러운 발견을 했는데 신춘문예 수상자들의 후속 작품이 거의 없다는 점이였다. 한국 문학의 미래에 대해 잠시 심각한 염려를 표한 후 검색창에 "20대 소설가"라고 적었다. 여러 작가가 나왔는데 학교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전아리라는 소설가를 골랐다. 책이름은 "직녀의 일기."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란다.


성의없이 선택한 것 치고는 꽤나 탁월한 선택이였다. 순수한 날라리 여고생 성장기를 적어논 것인데 글의 솔직함과 유머, 관찰력이 맘에 들었다. 청소년이 쓴 글이라 내가 스스로 과대평가해주는 것이 아닌지 계속 신경쓰이긴 했지만 말이다. 10대 전아리가 귀엽게 가끔가다 풀어놓는 삶의 비밀들에 공감하면서 이렇게 공감하는 내가 유치한건지, 아니면 전아리가 성숙한건지 혼란이 일었다. 그러면서 어른들이 젊은 세대의 생각을 무시하는 것을 비판하는 내가 나보다 어린 세대의 생각을 무시하고 있는 위선적인 모습을 발견하며 반성했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성숙하지 못하지는 않지 않은가?


그런 삶의 비밀들 중에서 이 글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타인의 죽음이 너무 허무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우리더러 삶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이며 살라는 세상의 암시가 아닐까. '끝은 이렇게 간단하고 순식간이야. 그런데도 너 계속 그렇게 미적거리며 우울하게 살래?' 라는 투로 말이다.


옆 집 할머니의 죽음을 본 직녀의 생각이다. 물론 전적으로 동의하지도 않고 약간의 허무주의의 냄새가 풍기지만, 내가 17살때 저런 깊이의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쉽고, 약간은 시샘이 난다. 조금 더 강렬하고 자극적인 10대를 보낼 수 있었다면... 내 과거에 후추 한통을 퍼부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 시간이 더 따가운 많큼 기억에 남았을 텐데.


여하튼 청년 전아리는 어떤 사람일지 궁굼하다. 별로 성장하지 못했다면 조금이나마 위로받으려나. 그런 위로는 받고 싶지 않은데.  


 

Posted by 이머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