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고찰2013.04.12 02:31




나는 "그렇고 그런 사이" 뮤직비디오를 통해 장기하와 얼굴들을 처음 알게 됬다. 뮤직비디오의 오묘한 표현력과 미친 디테일에 사로잡힌 나는 획일적인 한국 음악시장에 이런 밴드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와 환희를 느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노래가 생겨서 너무 기뻤다. 이런 음악성과 유머, 엉뚱함을 가진 밴드가 한국에 어디 또 있겠냐고. 최근에 새로 나온 "좋다 말았네" 뮤직비디오를 보고 한번 더 한바탕 웃고 감탄한 것은 물론이다.


 더욱 감명받은 것은 장기하와 얼굴들이 이 노래를 통해 시작한 "백지수표 프로젝트"다.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멜론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정액제를 주고 음악을 듣는데, 이 노래는 듣는 사람이 다운받으면서 원하는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다. 음원사이트에서 스트리밍으로 음악 한곡을 들을 때의 저작권가 0.6원인 상황에서 "우리 음악의 가치가 얼마라고 생각하는가?"라며 소비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더 자세한 소개는 장기하와 얼굴들 공식 사이트로 가면 볼 수 있다.


오랬동안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해온 나를 뒤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는 일침이다. 정말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들은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것이 이치인데 아무 댓가없이 음악을 듣다보니 나도 알게모르게 음악의 가치를 퇴화시켜 버렸다. 내 아이패드나 피아노처럼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만약 공짜로 주어진 것들이였더라면 과연 지금처럼 소중히 아끼고 간수할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제한될수록 내가 가지고 있는 음악에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밥 딜런의 음악을 사랑한 스티브 잡스도 청소년 시절 악착같이 딜런의 음반을 찾아서 들었다. 음악을 사랑했기 때문에 힘들게라도 구했지만 반대로 그처럼 힘들게 구했기에 그 음악이 더욱 사랑스러웠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백지수표 프로젝트를 전적으로 응원한다. 모든것이 너무 쉽게 구해져서 진심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까먹은 사람들에게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것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바람직한 바람이 되길 바란다.


Posted by 이머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