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2013. 11. 3. 13:55

 

 

 

미국의 음식문제는 예로부터 책과 다큐를 통해 많이 비판된 부분이다. 가축이 몸에 좋지 않은 사료를 먹고 있다든지, 거의 모든 음식이 옥수수에 기반됐다든지, 그리고 그것들이 인간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를 준다든지 말이다.  잡식동물의 딜레마의 첫장을 읽으면서 "아 이 책도 그런 책중에 하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물론 전에 시사화 된 부분들이랑 많이 겹치는 부분도 있었지만,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현 상태의 미국 식품 시스템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 같았다. 


마이클 폴란이 그의 책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점은 사회에서 간혹 맹목적으로 성취하려는 "세계화" 움직임이 부실한 식품을 통해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였다. 생산자와 구매자가 거리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완전히 동떨어져있는 세계화된 경제 체제에서는 구매자가 구매하는 식품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무지하며 따라서 생산자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산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생산량을 늘리되 최소의 질만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생산자의 이러한 행동은 결국 옥수수에 기반되고 획일화된 식품시스템을 만드는데, 이렇게 되면 가축들의 건강에도 나쁠 뿐 아니라 옥수수를 대량으로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화학비료 때문에 환경도 오염이 된다. 또한 세계화된 경제 체제는 식품을 운반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생산자와 구매자가 거리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식품을 운반하는데 필요한 비용과 발생되는 환경오염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처럼 식품 시스템에만 적용되지 않고 더 큰 의미를 가지는 폴란의 세계화에 대한 비판은 한국에 있는 우리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아무래도 한국에 있는 우리에게 미국 식품 시스템에 대한 문제는 동떨어진 얘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벌써 세계화된 식품 유통 시스템을 통해 우리가 미국에서 나온 식품을 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식품 말고 전반적으로 세계화된 시장에 대한 고찰을 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실 한국은 음식에 있어 여러가지 방면에서 미국보다 훨씬 더 좋은 여건 아래에 있다. 농산물은 보통 기업이 아닌 개인에 의해 생산되며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재래시장들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세계화된 농산물 유통은 한국 농산물이 더 좋은 환경에서 생산됐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농산물이 더 싸기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후자를 구매하게 한다. 지금은 한국 농부들이 간간히 버티고 있지만, 훗날에는 한국 농산물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를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더 큰 틀에서 세계화된 경제체제에 대한 비판을 해볼 수 있겠다. 음식만큼 우리에게 중요하고 자주 구매하는 물품이 있다면 옷일 것이다. 우리 옷장과 신발장에도 세계화된 경제 체제의 산물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들 나이키 신발이나 유니클로 티셔츠는 있지 않은가? 여기서도 똑같이 문제는 구매자인 우리가 제품의 생산 환경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나이키는 미성년 노동 부분에 많이 기사화 되서 많은 변화를 만들어 다행이긴 하지만 아직 우리는 대형 의류 기업의 큰 간판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잘 모르는 무지의 상태에서 살고 있다. 책에서 나온 조엘 살라틴의 농장처럼 생산과정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옷가게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면 우리가 조금 더 책임성있는 구매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변화를 만들수 있는 사람은 구매자인 우리다. 우리가 우리 건강과 사회, 지구를 위한 책임감을 가지고 생각을 하며 구매를 한다면 좀더 우리 사회가 아름다워 질수 있지 않을까. 그런 사회의 지름길은 서로 믿을 수 있고 도울수 있는 이웃끼리 거래하며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Posted by 이머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