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2013. 9. 8. 22:13




따뜻한 책 이야기라는 연합동아리를 가입해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 오랜만에 읽는 문학이라 조금 부담되기도 했지만, 꼼꼼하게 읽어보니 어느세 술술 읽히기 시작해 재밌게 읽게 됐다. 줄거리를 엄청 요약하자면 2명의 딸을 둔 고리오 영감이 자신의 딸들을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딸들은 그만큼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아 병이 도져서 죽는 이야기다. 사실 책의 줄거리는 고리오 영감이 아니라 고리오 영감의 딸의 애인이며 같은 하숙집의 거주하는 라스티냑을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나는 책에서 라스티냑보다 고리오 영감의 일방적인 사랑이 시사하는 바가 컷다고 생각했다.


일찍이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고리오 영감은 그 넘치는 사랑을 딸들에게 돌렸다고 서술자는 설명한다. 혁명 도중 밀가루 장사를 해 때돈을 그는 누나인 아나스타지를 귀족에게 동생인 델핀느를 사업가에게 시집보내고 자신은 허름한 하숙집에 살아가며 사치스러운 딸들을 위해 자신의 결혼 예물까지 팔아가면서 돈을 보내준다. 그러나 아나스타지는 자신을 도와주려고 어음을 준 라스티냑에게 비방을 퍼부은 다음 어음에 서명을 받으려 회계를 가장한 파렴치한 인물이고 델핀느는 아버지가 죽어가는 것보다 파리에서 제일 잘나가는 드 보세앙 부인의 무도회에 나가는 것을 더 중요시한 여자다.


고리오 영감의 이런 부성에를 희생적인 사랑이라고 보기 쉽지만, 이런 사랑은 결코 고귀한 사랑이 아니다. 한쪽만 애정을 표하는 집착과 양쪽이 서로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사랑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고리오 영감에게는 어찌보면 어쩔 수 없는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딸들은 어릴 적 부터 아버지에게서 받은 사랑의 표현을 주로 물질적인 것으로만 하다 보니 그런 사랑의 표현을 계속하는 아버지를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자식이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라는 고리오 영감의 생각은 옳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식들이 필연적으로 아버지를 사랑해야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말로 하면 아버지와 자식 사이에 성숙한 양방향 사랑이 성립하려면 아버지도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좀 더 넓게 생각을 해보면 부위자강, 장유유서 같은 유교적 사상에 결함이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물론 부위자강과 장유유서가 이루어 지는 사회가 이상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어른들이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하고 배울만한 지혜를 소유한다는 전제하에 이상적인 사회지, 이런 사상을 권리로 생각하고 할말 없으면 꺼내 휘두르는 어른들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어른을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서로간의 사랑과 존중은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과 자신을 가꾸고 소중히 여기는, 자신을 향한 사랑부터 시작된다.

Posted by 이머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