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2013.08.10 15:06




한 5개월 전에 Sam Kean의 The Violinist's Thumb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바람에 저자의 The Disappearing Spoon도 꼭 읽을 거라고 다짐했었다. 전자가 생물에 중심을 둔 과학의 역사였다면은 이번에 읽은 후자는 화학에 중심을 둔, 즉 주기원표가 누구에 의해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지고 완성이 됐는지를 저자 특유의 재치있고 술술 읽히는 문체로 쓴 책이다. 두 책의 표지를 비교해보면 꼭 어느 시리즈의 일부같은데, 혹시나 다음 책은 생물, 화학 다음 물리에 대한 책일지 기대가 된다.


본 책은 픽션같은 논픽션이라서 전체적인 주장같은건 없고, 그냥 여기저기에서 재밌는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나 기억에 남았던 내용들을 적어보겠다.


pg. 96 - 전 세계에서 탄탈룸과 니오븀이라는 원소의 60%는 아프리카 콩고에 매장되있다. 탄탈룸과 니오븀은 밀도와 열 저항도가 높고, 녹슬지 않고 전도성이 좋기 때문에 핸드폰 부품중 필수적인데 1990년 후반부터 핸드폰 생산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당시 콩고는 제대로 된 정부도 없었고 르완다 학살 후 넘어온 후투족도 있어 치안이 매우 불안했는데, 탄탈룸과 니오븀을 서로 차지하려고 서로 학살을 하기 시작했다. 이를 알아챈 핸드폰 회사들은 탄탈룸과 니오븀을 호주에서 수입하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 두 원소 때문에 5백만여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pg. 154 - 일본이 산업화를 시작하면서 이타이이타이라는 뼈가 물렁해지는 병이 생겼는데 이는 군용품을 생산하기 위해 아연을 채출하면서 생긴 부산물인 카드뮴이 땅에 스며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카드뮴과 칼슘은 비슷한 화학적 성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카드뮴이 몸안에 들어가면 뼈에 있는 칼슘을 대체한다. 하지만 칼슘의 생물학적 성분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뼈가 물렁해진 것이다. 한 환자는 의사가 맥박을 재려고 손목을 잡기만 했는데 뼈가 부러졌다고 한다.


pg. 168 - 물 파이프나, 문 손잡이, 동전 등이 구리로 만들어 진 이유는 박테리아와 곰팡이가 구리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구리를 흡수하면 신진대사(metabolism: 유기체 않에 일어나는 화학적 과정)에 이상이 생기면서 몇시간 지나지 않아 죽어버린다. 자동으로 살균이 되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사람 세포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pg. 170 - 원자의 핵을 둘러싸고 있는 전자는 보통 쌍으로 움직이는데 가돌리늄의 (제일 바깥에 있는) 전자들은 다 쌍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는 가돌리늄의 자성을 증폭시키는데, 이 특성 때문에 MRI에서 필수적이다. 또한, 짝이 없는 전자들은 더 많은 중성자를 흡수할 수 있는데 이는 가돌리늄을 방사성이 있게 만든다. 게다가 가돌리늄은 DNA를 복구하는 단백질을 억제하기 때문에, 만약 암 세포에만 결합하는 화학물질에 가돌리늄을 결합시킨다면 암 치료에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pg. 181 - 파스퇴르는 분자 비대칭성(chirality)라는 특성을 발견했다. 쉽게 설명하지면 어느 분자의 배열에 있어 왼쪽으로 꺽이는 "왼손잡이"가 있고 오른쪽으로 꺽이는 "오른손잡이"가 있는데 왼손잡이 분자들만 신체에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약으로 사용하기 위해 생화학 물질을 생산하면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고루 섞여있는데,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는 신체안에서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다. 윌리엄 노울즈라는 화학자가 왼손잡이 분자만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냈을때 비로소 신약 개발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pg. 252 - 누구나 아는 사람들 중 이상하다시피 잠이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통 사람은 아침에 햇빛을 받으면 특정 단백질이 DNA에 달라붙으면서 활력이 생기고 저녁이 되면 리튬이라는 원소가 이 단백질을 DNA에서 분리시킨다. 몸에 리튬이 부족한 사람들은 밤에도 이 단백질이 계속 붙어있기 때문에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리튬이 부족하면 조울증이 있을 확률이 높은데, 천제 시인인 로버트 로웰도 광적인 생활을 살다가 리튬을 섭취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었다고 한다.


pg. 288 - 하아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의 본질적인 의미는 원자의 위치의 불확정성과 속도의 불확정성이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즉, 원자의 속도가 제로일 경우에 원자의 위치는 없어진다는 것인데 이것을 보즈-아인슈타인 서림(Bose-Einstein condensate) 이라고 부른다. 콜로라도 대학의 에릭 코넬과 칼 위맨은 루비듐 원자에 모든 방향에서 원자를 쏴서 0.00001도 화씨로 온도를 낮춘 다음 자석을 사용해 뜨거운 원자들을 제거해서 0.000000001도 화씨까지 온도를 낯췄다. 이렇게 절대 영도를 접근한 2천개의 루비듐 원자들은 서로 겹치고 사라지면서 하나의 커다란 원자로 변했다. 고체가 고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다른 고체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Posted by 이머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