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2013. 8. 3. 22:24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은 영국 옥스포드의 리차드 도킨스 교수가 무려 37년 전에 쓰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혀온 베스트셀러다. 최근, 즉 2006년에 출판한지 30년 기념으로 추가 챕터와 설명을 집어넣은 기념판이 출판되면서 한국에서도 재조명 된 바 있다. 특히 기독교인이 많은 한국에서는 도킨스 교수의 다른 책인 "만들어진 신" 때문에 큰 이슈가 됬지만, 종교적인 내용은 배제하고 과학적 내용에 대해서만 얘기하도록 하겠다.


진화는 생물이 살아남으려는 노력의 흔적이다. 변이를 겪을 때 변이가 환경에 적합한 변이라면 생존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진화한 생물들이 살아남는다. 중요한 점은 과연 무엇을 살리기 위해, 무엇이 "selfish" 하기 때문에 진화를 하냐는 것이다. 전형적인 생각은 "individual" 내지 "species"을 살리기 위해 진화를 한다는 생각이였는데 도킨스는 individual도 species도 아닌 gene, 즉 유전자가 이기적인 존재라고 주장한다.


먼 아프리카 땅에서 누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고 하면 우리는 신경쓸까말까하며 넘어가지만 같은 피를 나누는 친척, 특히 가족 중 한명이 위협받는다고 하면 많은 사람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 구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 유전자는 같은 유전자를 살리는 행동을 취하게끔 프로그램이 되있기 때문이라고 도킨스 교수는 말한다. 같은 유전자를 보호하려는 유전자는 서로를 살리기 때문에 살아남아 번식하고, 그렇지 않은 유전자는 죽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기적인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타적으로 행동하는게 생존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서로의 몸을 청소해 준다거나, 서로 음식을 나눈다거나 의지하면서 사는 것이 혼자 사는 것보다 생존률이 높다는 말이다. 컴퓨터로 여러 모델을 돌려본 결과 상대방의 친절을 화답하는 행동을 지향하는 유전자가 생존률이 제일 높게 나왔다. 한 무리에 이기적으로 자신의 이득만 챙기고 상대방을 돕지 않는 생물들은 장기적으로 봤을때 서로 돕는 생물보다 생존률에 있어 불리하다. 즉, 서로를 돕는 행동이 "fittest" 한 것이다.


여기서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이타적인 생물과 이기적인 생물이 같은 수로 섞여 있다면 이기적인 생물이 이득을 챙기기 때문에 이타적인 생물은 죽어난다. 이기적인 생물이 소수일때만 이타적인 행동인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한 종이 번식하기에는 시작할 때에 이타적/이기적 비율이 중요한데 생물은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해서 번식하기 때문에 이타적인 생물은 그들대로 뭉치고 이기적인 생물은 그들대로 뭉치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이타적인 생물들의 생존률이 더 높기 때문에 다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행동에 인용해서 돌려 생각해보자. 왜 시골 사람들이 순하고 정이 많은 반면에 도시사람들은 서로에 코를 베어가려고 하는지 이해가 된다. 위 생각에 따르면 유동성이 적을수록 이타적인 사람들의 생존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높다면 이기적인 사람이 자신의 생존에 불리한 이기적인 무리를 떠나 이타적인 무리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철학자들이 논하는 성선설이니 성악설이니 하는 것은 다 필요 없고 인간의 유동성이 인간의 "본성"을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선한 사람도 있고 악한 사람도 있는데 누가 살아남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더 나아가 과연 무엇이 "옳다"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수도 있겠다. 과학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옳고 그르고를 정하는 잣대로 진화론을 사용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옳은 것은 "생존하는 것"이 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옳은 이유는 과학자들이 그 이론이 타당하다고 생각해서 타당하지 않은 다른 이론처럼 버려지지 않고 생존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흔히 말하듯이 도덕적으로 옳게 행동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타심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소 공리주의에 가까운 생각이다.


도킨스는 책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생각을 애써 부정한다. 물론 우리가 이기심에서 비롯된 이타심을 가지고 행동하도록 유전자에 쓰여져 있지만, 유일하게 인간만이 유전자의 힘을 넘어 교육을 통해 순수하게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화의 산물도 "옳다"고 할 수 있지만, 인간이 아직 정당화하지 못한, 진화와는 별개인 진짜 옳음, 즉 진실이 있을 까도 생각해 본다.


Posted by 이머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