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2013. 5. 4. 13:30




한 한달 전에 우연히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암으로 죽어가기 전의 생각을 기록한 Mortality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철저한 무신론자로만 알고 있었던 히친스였는데 글의 날카롭고 아이러니한 스타일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사실 나는 이런 영국 특유의 문체를 매우 좋아한다. 그냥 자신의 생각을 덤덤하게 적어논 것이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엉뚱함과 아이러니, 말장난 지뢰를 여기저기 심어놔서 독자들로 하여금 다음 문장을 기대하게 하는, 그런 문체 말이다. 다른 논픽션은 나름 노력하면서 읽어야 되지만, 히친스의 글은, 말그대로 "a pleasure to read" 였다. 그래서 히친스의 회고록인 "Hitch-22"를 드디어 빌렸을때 매우 기대하는 마음을 책장을 펴나갔다. 


책은 꽤나 길었다. "자기가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 쓰는게 무척이나 힘들었다며 원래 800페이지 짜리 원고를 줄인게 출판된 400페이지 짜리다. 그의 격렬하고 숨가쁜 인생을 이 정도 분량으로 담을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하긴 1949년에 태어나서 격변의 시대였던 1960대에 20대를 보냈으니 그렇게 할 말이 많을만도 하다. 그가 직접 말한 바로는 "There did not seem enough hours in the day, or days in the week, with which to take part in the different movements of solidarity." 사회주의 운동가로써 베트남 전쟁, 흑인인권운동, 프라하의 봄 등의 폭탄이 줄줄이 터지는 상황에 안이하게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외에 쿠바, 보스니아, 아프가니스탄 등 정치적 격분의 현장으로 세계를 누볐다. 자기 말로는 가장 큰 약점이 "너무 쉽게 지루해지는것"이란다.


또한 가장 과대평가된 미덕은 "faith"라고 하고 가장 싫어하는 것은 "stupidity, especially in its nastiest forms of racism and superstition"이라고 한다. 종교에 대한 그의 증오는 어릴 적 환경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그의 기숙학교의 "정신적 고문", 즉 베풀어 준 만큼 제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에 대해 벌을 주는 행위를 기독교에서도 찾은 것이다. 축복과 처벌을 쥐고 있는 권위를 동시에 사랑하고 두려워해야 된다는 도덕적 협박은 전형적인 노예제도이며 불안한 권위체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생각해본다면 극단적이지만 기독교의 신과 "위대한 수령"의 공통점을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왜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을 사랑하는가? 사랑하지 않으면 정치적 수용소라는 지옥에 영원히 같인다는 두려움, 아니면 김정은이 전지전능하고 민중을 사랑한다는 아무런 기반없는 끊임없는 세뇌 때문 아닌가?


대립을 피하고 쉽게쉽게 살아가려는 보통 사람은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고 테레사 수녀를 비판한 히친스가 여러 사안에 굳이 반발하는 것에 의아해 할 수 있다. 하지만 히친스가 말했듯이, "you only find out what you ought to have know by pretending to know at least some of it already." 세상에 맟춰 살면 편할 수도 있지만 그 편함 외에 얻는 것이 없다. 자신의 과감한 반발을 표출에 맞선 비판의 상처가 큰 많큼 그로 인해 얻는 교훈도 크리라 생각한다.






Posted by 이머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