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고찰2013. 2. 9. 11:52


들어가면서


논산훈련소를 가면 "자기정비시간"이 있다. 훈련소에서 "자유시간"을 줄 수는 없으니 자기정비시간에 노가리 떨고 편지쓰고 책읽으라는 것이다. 훈련소 3~4주차가 되면 노가리 떠는것도, 편지 쓰는것도 질려서 생활관 안에 있는 책장을 바라보게 된다. 사회에 있을때는 절대 읽지 않을 책들과 잡지를 펴보면서 꽤나 흥미로운 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글은 장병들을 위한 잡지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에서 읽은 "가실왕께서 말씀하셨다"라는 글에 대한 것이다.


글의 요약


글쓴이는 어릴적부터 "음악은 만국 공통어"라는 격언을 들으면서 자라났다. 하지만 그는 판소리를 공부하고 깊이 이해하면서 음악에 대한 새로운 깨닳음을 얻었다. 음악은 언어처럼 어릴때부터 습득해야 이해가 가능하고 추억과 관련을 가질때 평생 간다는 것이다. 우륵에게 가야금을 만들라고 명령한 가야국 가실왕은 "여러 지방의 방언이 각각 다른데, 하물며 성음이 어찌 한결같으랴"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글쓴이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아름답지만 소음같은 인도 음악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애증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생각하기를


특히 요즘 사람들은 "음악은 만국 공통어"라는 말에 더욱 공감할 수 있다. 우리는 인터넷과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21세기에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력이 높은 만큼 다른 문화의 음악도 더욱 수월하게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의 장벽은 이 "글로벌 시대"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블루즈를 매우 좋아하지만 그들의 정신과 역사에 블루즈가 묻어있는 흑인들보다 블루즈의 희열을 느낄 수 있을까. 문화를 수용하는 것과 문화를 내재하는 것은 매우 다른 것 같다.


문화 뿐만 아니라 개인의 경험도 음악을 수용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모두 처음 음악을 듣기 시작했을 때가 있을텐데 그때 들었던 것이 개인적 음악 성향에 지우지 못할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그리고 살아가고 음악을 접하면서 "나만의 좋은 음악"이 뭔지 형성이 되는 것이다. 클럽 가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래도 재즈보다는 하우스가 더욱 가슴에 와닿지 않겠는가.


나는 한때 "좋은 음악"만 듣겠다고 "역대 최고 음반 TOP 100" "음악평론가 OOO가 고른 최고의 곡들"같은 것만 따라다니면서 최고의 음악만 찾았다. 그러면서 The Beatles, Pink Floyd, Michael Jackson, Stevie Wonder, Metallica, Sir Duke 등등 거장들의 음악을 다양하게 들었다. 물론 듣기 좋은 음악이긴 했다. 하지만 나는 Let it be보다 "그땐 그랬지"를 좋아하고 Thriller보다 Marcus Miller의 "Detroit"를 좋아한다. 나에게 좋은 음악은 내가 자라온 문화와 나의 경험에 대해서 결정이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선정한 음악들은 "최대한 많은 사람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음악"이라는 면에서 최고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최고의 음악이 될수도 안될수도 있는 것이다.


너도 나도 이런 저런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공감할 순 있다. 하지만 듣자마자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나를 완전히 빠져버리게 하는 최고의 음악은 나에게만 있고, 나만 안다. 




Posted by 이머츄어